12.1 늦은 밤 런던 도착
12.2 시내구경
12.3 마담투소, 셜록홈즈박물관
12.4 모던테이트박물관, 야경
12.5 Churchill War Rooms, 타워브릿지 야경
12.6 버킹엄교대식, 런던아이, IWM
12.7 할랄가이즈, 대영박물관, 펍
12.8 친구랑 방콕
12.9 해리포터 스튜디오
12.10 런던 탑, 타워브릿지, 내셔널갤러리
12.11 이른 아침 공항으로 출발
총 경비: 100~150만원 사이
세상에서 제일 게으르고 충동적인 여행을 다녀왔다.
출발 일주일 전에 정한 여행.
12.2
아무것도 모르고 계획도 없던 나는 무작정 시내로 나가서 걷고 걷고 걸었다.
공원에서 햇살을 받으며 잔디에 앉아 책읽는 사람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날은 정말 정말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12.3
목표는 셜록홈즈박물관이었지만 박물관내부 수리로 계획에 없던 마담투소를 갔다.
혼자 간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소심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순식간에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셜록홈즈박물관은 영국여행 내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장소이다.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지금도
12.4
친구와 모던테이트박물관 백남준전시를 다녀왔다. 엄청 유명한 사람이지만 대표작 외에 많은 작품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디지털을 이용한 예술은 어디까지 작품의 의도로 계산되는지 궁금해졌다. 조명의 색깔 각도부터 배경음악의 크기 등 등, 전시장소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는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해졌다.
12.5
오늘도 런던아이 티켓 챙기는 걸 깜빡해서 가게 된 Churchill War Rooms. 2차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이 사용하던 실제 방공호인데 꽤 재미있었다. 런던에서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장소. 시간이 좀 더 넉넉했다면 오디오가이드를 빌려서 꼼꼼히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영국사람들이 윈스턴처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12.6
가장 기대했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버킹엄교대식. 관광객을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정말 여왕을 위한 행사라는 게 눈에 보였다. 날씨는 춥고 잘 보이지도 않고!! 공원에는 큰 관심없는데 그 옆 St.James 공원이 너무 좋았다. 이 날도 역시 날씨는 우중충하고 쌀쌀했지만. 공원에 한시간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 Imperial War Museum(IWM)은 무료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좋았다. 안내책자도 사왔음. 저녁에는 미루고 미루던 피시앤칩스를 먹었다.
12.7
뉴욕에서 그렇게 유명하다해서 먹었지만 실망스러웠던 할랄가이즈가 런던에도 있길래 속는 셈 치고 다녀왔다. 뉴욕처럼 포장마차같은 느낌이 아니라 진짜 식당이었다. 이상하게 본점이 뉴욕보다 훠러어ㅓ어어어어ㅓㄹ씬 맛있었다. 근데 내 입맛에는 엄청 짰다.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엄청 유명하기도하고 또 무료입장이라 대영박물관에 다녀왔다. 줄은 길지만 금방 빠진다. 한국관이랑 지폐, 그리고 이집트미라 위주로 천천히 관심사만 둘러볼 예정이었는데(어차피 너무 커서 하루만에 절대절대 못본다) 어쩐지 미라만 잠깐 보고 나왔다. 사람은 너무 많고 천장은 높아서 소리가 울리고, 또 내가 구조를 모르겠는데 창문도 없어서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결국 박물관 바닥 구석에 쭈그려앉아서 겨우 회복하고 재빨리 탈출했다. 관람시간도 10분도 안되는 듯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뭐 이집트미라가 신기하긴했다. 보길잘했어.
로망 중 하나였던 펍도 갔다. 관광지랑 좀 떨어진 곳 펍이라 정말 현지 분위기가 느껴졌다.
12.8
친구랑 방에서 한국음식 배달시켜먹었다. 순두부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던가?
넷플릭스 다큐도 조졌다. '살인자의 고백' 이거 리뷰쓰고싶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리뷰쓰려면 다시 봐야함ㅜ
그래도 하루종일 안나가서 몸상태가 훨씬 나아졌다.
12.9
이번 영국여행의 유일한 계획. (티켓은 와서 예매했지만...) 인터넷찾아보니 이것저것 무슨 버스투어 패키지 등등 뭐가 복잡하던데 난 그냥 홈페이지에서 구입했다. 예약이 생각보다 빡센데 (적어도 한달전에는 예약해야할듯) 난 어차피 혼자라 취소표가 종종 나왔다. 둘이었으면 못갔을듯. 재밌었다. 사진찍어줄사람이 없어서 아쉽긴한데 그래도 진짜진짜 재밌었다. 어떤 점이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모르겠는데 신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Welcome to Hogwarts! 하는데 심장이 떨렸다.
해리포터스튜디오 버스타는 줄을 서있는데 내 앞 두 분이 한국분이셨다. 난 혼자니까 두 분은 내가 한국사람인 줄 모를테고 해외고 하니 여러이야기를 하시던데 내가 다 이해해서 뭐랄까 너무 뻘쭘했다. 사생활 엿듣는 것 같아서 괜히 이어폰꺼내서 노래 짱크게 들었다. 근데 그냥 조용히 그렇게 지나갔으면 서로 모르고 좋았을텐데 내가 진짜 너무너무 급하게 물어볼 게 생겨서 앞분들한테 한국어로 뭘 물어봤다. 그 이후로 갑자기 대화를 잘 안하시던데 너무 죄송했다........ 죄송해요 제가...
12.10
마지막 날. 아쉬운 감정이 안들줄 알았는데 조금 아쉬웠다. 트라팔가광장에서 중딩들이 산타모자쓰고 트리밑에서 캐롤부르는데 조금 울컥했다. 난 사람이 만드는 분위기가 좋다. 친구가 마지막 날이라고 직접 엽떡도 해줬다. 히히
아, 내셔널갤러리도 원래 안 갈 계획이었는데 갔다. 물론 무료입장~ 다 건너뛰고 고흐작품보고 나오는 길에 인상깊은 작품을 발견했다. 뭉클했다.
12.11
엄연히 말하자면 여행은 아니고 그냥 이동의 날. 시차때문에 사라져버린 하루.
난 가는 비행기는 인천-프랑크푸르트-런던이었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런던-뮌헨-프랑크푸르트-인천이었다. 갈때는 독일에서 입국심사가 없었는데 (나도 경유니까 당연히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올때는 독일 국내선이라 그런지 단순 경유여도 입국심사를 했다. 살면서 여러번 입국심사를 해보았지만 이런 입국심사는 또 처음이었다. 한국사람이 한국여권들고 한국간다는데 나한테 한국을 왜 가냐고 했다. 굉장히 당황했지만 뭔가 착오가 있나? 하고 한국이 고향이라 돌아가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 그래? 그래서 왜 가는데?" 라고 했다. 이 때부터 엄청 당황했다. 나는 한국에 왜 가는가... 나는 가족이 거기에 있고 학교도 거기서 다니고 한국 사람이고 주절주절했더니 몇가지 질문을 더 하고 보내주었다. 안그래도 시간없는데 나한테 왜그러는거야ㅠ
런던에 갈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짐검사 줄을 서있는데 우연히 내 뒤에 서있던 한국인 커플이랑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독일로 간다고했나? 그랬던 것 같다.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잊었는데 올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만났다. 그것도 엄청 영화처럼ㅋㅋㅋㅋㅋㅋㅋ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다가 티켓이 떨어졌는데 마침 그 앞에 앉아있던 남자분이 어..! 떨어졌...! 해서 (인천행 게이트앞이라 한국사람많았음) 티켓을 줍고 감사인사를 하려고 얼굴을 보는데 그 커플이었다. 서로 신기해서 잘갔다왔냐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반가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인천공항에서 짐찾을 때도 보이길래 내가 직접 가서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인사하고왔다. 신기한 인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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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다시 가라고 한다면 다시 가진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유럽여행 엄청 로망있는 편이었는데 로망이 깨져버렸다. 나중이 되면 또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유럽 안가고싶다. 날씨가 가장 크다. 너무 우중충한 날씨여서 사람이 쉽게 우울해진다. 난 겨울에 가서 해도 3시반이면 어두운 기적을 경험했는데 그렇다고 해가 일찍 뜨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해가 떠있을때조차 먹구름때문에 우중충.,,...... 사람이 쉽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이래서 셰익스피어같은 훌륭한 작가들을 많이 배출한 게 틀림없다. 날씨에 쉽게 좌지우지하는 나는 친구가 없었더라면 혼자 영화 한 편 찍고왔을지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기가 없는 나라라 뉴욕보다는 안전하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왔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지내던 곳이 이민자들, 특히 스페인어 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길거리 지나다니면 영어가 잘 안들릴 정도. 그래서 그런지 치안이 엄청 신경쓰였다. 밤에 집 앞에 고딩(추측)들이 모여서 담배피면서 알수없는 언어로 깔깔깔하면 나는 괜시리 무서웠다. 그냥 별 얘기아닐지도 모르는데ㅋㅋㅋ 또 영국은 이민자들이 그렇게까지 많은 나라는 아니다보니까 버스를 타면 아시안은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들은 신경도 안쓸지 몰라도 난 신경쓰였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가끔 이상한 놈들은 있었지만 뭐 다들 그렇듯 며칠있으면 좀 익숙해지긴한다. 내 결론은 관광지아닌 곳을 밤에 혼자 다니는 건 좀 무섭댜. 뉴욕보다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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